11월 셋째 주 영화 : 댄인러브(2008)

댄인러브(Dan in real life, 2008)

코미디, 드라마 | 98분 | 미국

감독 : 피터 헤지스

출연 : 스티브 카렐, 줄리엣 비노쉬, 데인 쿡

 

 ‘댄인러브’는 매력적인 영화가 아니다. 영화 포스터에 쓰여 있는, ‘사랑에 눈먼 싱글 대디의 고달픈(?) 사랑 만들기’라는 문구는 마음을 사로잡지 못 한다. 하물며 포스터 하단에 조그맣게 적혀 있는, ‘어바웃 어 보이 제작진이 선사하는 유쾌한 로맨스’라는 문구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유에서건 간에,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까지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마음만은 행복해 진다. 댄인러브는 한 눈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귀엽고 따뜻하며 사랑스럽기까지한 영화다. 

댄(스티브 카렐)은 세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이자, ‘댄인리얼라이프(Dan in real life)’라는 칼럼을 기고하는 작가다. 4년 전, 아내를 떠나보내고 댄의 삶엔 오로지 세 딸 뿐이다. 하지만 이제 아빠 품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제인(첫째), 남자친구 밖에 모르는 사춘기 소녀 카라(둘째), 다 컸다고 주장하는 초딩 릴리(막내)를 함께 키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댄은 이렇게 개성이 다른 세 딸을 키우며 얻는 경험을 칼럼으로 게재한다. 자녀 문제로 골머리 앓고 있는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주는 동시에 적절한 교육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댄은 세 딸에게 헌신적이다. 그리고 엄격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훌륭한 아버지라 여기고 있다.

 하지만 댄의 이러한 믿음(본인이 훌륭한 아버지일거라는)은 곧 깨지게 된다. 1년에 한번 있는 가족모임을 위해 세 딸과 함께 부모님 집으로 가던 중, 댄은 막내딸에게 농담을 던진다. “언니들은 아빠와 함께 있는 게 싫은가봐.” 그러자 막내딸이 이렇게 대답한다. “왜냐하면 아버지로서는 합격이지만 아빠로서는 꽝이거든.” 댄은 할아버지 집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싶다는 첫째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이 직접 핸들을 잡고 있었다. 또, 남친을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둘째의 말에 “그건 사랑이 아냐”라며 둘의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댄은 세 딸에게 헌신적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아버지다. 하지만 두 딸의 의견과 감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아빠는 아니었던 셈이다. 

 부모님 집에 도착한 댄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서점을 찾은 댄은, 그곳에서 마리(줄리엣 비노쉬)를 만난다. 둘은 책에 대한 유치한 농담을 건네다가, 각자의 삶을 얘기하게 되고, 그렇게 서로의 삶에 공감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지금은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마리의 말에, 댄은 못내 아쉬워한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만나 이렇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둘은 연락처를 교환한다.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댄의 얼굴은 한결 밝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가족들에게, 댄은 서점에서 멋진 여자를 만났다고 답한다. ‘멋진 여자’라는 말을 듣던 댄의 동생 미치(데인 쿡)는, 홀아비의 연애스토리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며 새로운 여자친구에게도 들려주고 싶다고 한다. 미치가 위층에서 여자친구를 데리고 온다. 미치의 여자친구를 본 댄은 말을 잊지 못한다. 그건 마리었다.

 마리를 만나 잠시나마 행복했던 댄의 감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자상하지만 엄격한, 그렇지만 훌륭한 아버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댄. 그러나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빠져버렸다. ‘좋은 아빠’는 커녕 ‘훌륭한 아버지’라는 위상마저 위태해진 셈이다.

 댄인러브는 가족영화라는 테두리 안에 동생의 여자친구를 사랑하게 됐다는, 소위 막장스토리를 얹어놓았다. 하지만 막장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자극적인 스토리와 불쾌한 감정을 이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마리에게 흠뻑 빠진 댄의 행동은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귀엽고 유쾌하게 다가올 뿐이다. 춤추는 마리의 모습을 본 댄이 “제발 제 앞에서 춤은 추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말이다.

 부적절한 상황에 놓인 중년남녀의 썸은 어디까지나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 댄의 노래(참다 못해 터져버린 넋두리에 불과한)를 통해 진심을 확인한 마리가 떠나면서, 서점에서 교환한 연락처를 통해 “멀리 가지는 못했다”며 댄에게 연락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마리와의 관계를 가족들에게 들켜버린 댄이, 결국 세 딸에게 고백하면서. 댄은 “마리에 대한 감정은 진심이지만 그건 실수였다”며 “평생 너희 엄마를 그리워하며 혼자 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진심이라면 마리를 잡아.” 허락보다 용서가(쉬운 게 아니라) 아름다울 수도 있다.

 영화 댄인러브는 확실히, 한 눈에 마음을 사로잡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막장스런 연애스토리를, 위화감 없이, 따듯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는 좋은 영화다. 영화를 보는 취향이 어떻든 간에,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됐고 또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 때 즈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내년 이맘때에 다시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Written By  류명재 (클라우드산업협회 책임)

Check Also

11월 첫째주 영화 : 타임 패러독스(2014)

타임 패러독스(Predestination, 2014) SF, 스릴러 | 97분 | 오스트레일리아 감독 : 마이클 스피어리그,피터 스피어리그 출연 …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